컨테이너 할아버지 알고보니 강남 2000억대 땅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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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한복판에 약 1300평의 넓은 나대지가 매물로 나와 있어 건설부동산 업계와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매물은 강남구 도곡동 옛 힐스테이트 갤러리가 있던 자리로, 현대건설이 15년간의 임대차계약(연간 임대료 15억원) 종료 이후 최근 주택전시관 건물을 철거하는 원상복구 작업을 진행중임에 따라 현재는 빈 땅입니다.

이 땅의 지목은 강남에서 보기 어려운 '답(논)'인데, 토지 용도지역은 고층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라 땅값은 평당(3.3㎡) 1억6000만원 정도 달하는데 부지 전체 가격은 2000억원이 조금 넘는 셈입니다.

이 땅은 땅 주인이었던 A씨가 최근 작고하면서 매물로 나왔는데, 힐스테이트 갤러리를 드나들던 수많은 현대건설 직원들은 A씨를 '컨테이너 할아버지'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A씨 부부는 1층 주차공간 일부를 유료 주차장으로 운영했는데 주차장 한쪽에 6평가량의 컨테이너를 두고 그곳에서 생활했기 때문입니다.

토지 등기부 등본을 보면 이 땅은 A씨가 1974년 매입하였는데 강남이 개발되기 훨씬 이전이었고 말죽거리로 불리던 그 일대는 1980년대 초까지 논과 밭이어서 겨울이면 논을 스케이트장으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A씨는 자신의 부동산을 빌려 썼던 현대건설 등 수 많은 임차인으로부터 적지 않은 임대료를 받는 강남 땅 부자이자 건물주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 한쪽 컨테이너에서 궁색하게 생활한 이유는 부동산 관련 세금이 계속 늘다보니 주차장 관리를 하며 돈을 벌어도 생활에 크게 여유가 없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A씨의 재산 일부를 관리해왔던 박대표는 "A회장님 자신이 편하게 살기 위해 임차인들의 임대료를 올리는 건 임차인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늘 강조하셨다"고 덧붙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A회장님은 30년이고, 20년이고 한 번 정한 임대료를 절대 올리시지 않았다"며 "임차인들에겐 더없이 큰 은인이셨다"고 말했습니다.

A씨 소유 상가에서 10여 년간 장사를 했다는 김모씨는 "A회장님 유족들이 임차인들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며 부고도 안 전했다"며 "뒤늦게 A회장님 빈소에 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